‘흉물’ 공중전화박스가 코로나 19시대 ‘배달업’의 중심으로 변신?

‘흉물’ 공중전화박스가 코로나19 시대 ‘배달업’의 중심으로 변신?

공중전화박스 풍경. 겨향신문 자료사진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전화가 없던 시대. 집이나 사무실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공중전화를 이용해 가족, 연인, 친구, 직장동료 등과 대화를 나눴고 업무를 상의했다. 상당수 공중전화 박스 앞에는 늘 기다란 줄이 생겼다. 그 당시 공중전화와 공중전화박스는 사람과 사람을,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거의 유일한 대화통로였다.

하지만, 거의 모든 국민이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게 된 지금. 공중전화와 공중전화박스는 사람들에게 ‘추억 속의 유물’ 취급을 받고 있다. 아니 어떤 사람들은 ‘도심 속 흉물’로까지 여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추억 속 유물’ 또는 ‘도심 속 흉물’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공중전화박스를 운영하는 KT 등과 협력해 공중전화박스를 ‘전기오토바이의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공중전화박스를 전기오토바이에 장착할 수 있는 공유배터리 교환처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과 가까워 중국 발 황사 및 미세먼지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고, 화력발전소까지 집중돼 있어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충남이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충남도는 이 사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나고 있는 배달용 오토바이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고 소음이 심한 내연기관식 오토바이에서 전기오토바이로 바꾸는 사업에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공중전화박스, 더 이상 흉물이 아니다.

앞으로 충남지역에서 전기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배터리 용량이 얼마 안 남게 되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공중전화박스를 찾아가면 된다. 충남도가 KT, KT링커스와 손잡고 낡은 공중전화박스를 ‘전기오토바이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으로 구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은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 배터리와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을 말한다. 배터리를 탈부착할 수 있는 전기오토바이에 공유경제를 결합한 새로운 충전 방식이 공중전화박스를 만나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왼쪽은 전기오토바이의 기존 충전방식. 오른쪽은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을 통해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된 배터리로 바꾸는 방식. 충남도 제공

사용방법도 간단하다.

전기오토바이 운전자가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고 회원에 가입한 뒤 자신의 전기오토바이를 등록하면 준비는 끝난다. 배터리가 방전돼 교체해야 할 시점이 되면, 휴대전화를 이용해 교체하면 된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달 29일 충남도청 상황실에서 이현석 KT 충남·충북광역본부장, 김동식 KT링커스 대표이사와 전기오토바이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도와 KT, KT링커스는 도내 실외 공중전화박스 900곳 중 시·군별로 1곳 이상, 모두 20곳을 골라 ‘전기오토바이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으로 꾸미기로 했다.

공중전화박스에서 통화하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기오염물질과 소음 뿜어대는 내연기관식 배달용 오토바이

충남도가 공중전화박스를 이용해 전기오토바이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을 만드는데 힘을 쏟기로 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충남지역은 중국과 가까워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 피해가 많고, 지역에 화력발전소가 몰려 있어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나고 있는 배달용 오토바이의 대기오염 및 소음 문제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충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운행되는 배달용 오토바이는 대부분 휘발유를 이용하는 내연기관식 오토바이다.

문제는 이 내연기관식 오토바이가 엄청나게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소음 공해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배기량 50㏄ 이상 내연기관 오토바이 1대가 1년 동안 내뿜는 주요 대기오염물질의 양은 일산화탄소(CO) 79.19㎏, 질소산화물(NOx) 1.08㎏,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1.88㎏ 등이다.

이는 1600㏄ 미만 소형 승용차에 비해 일산화탄소는 22.2배, 질소산화물은 4.2배, 휘발성유기화합물은 91.4배 각각 많은 것이라고 충남도는 밝혔다.

소음도 심각하다. 내연기관식 오토바이의 소음은 105㏈ 수준으로 지하철(80㏈)이나 열차(100㏈) 등에 비해 높다.

충남도 관계자는 “내연기관식 오토바이를 모두 전기오토바이로 전환하는 경우 일산화탄소는 연간 1만417t, 질소산화물은 연간 142t,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연간 1562t이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충남지역에서 운행되는 오토바이는 대부분 내연기관식으로 지난해 말 기준 13만6965대가 등록돼 있다.

‘추억 속의 유물’이 되고 있는 공중전화 박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공중전화박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변신

하지만, 전기오토바이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과 소음이 사실상 ‘제로(0)’다. 당연히 내연기관식 오토바이의 여러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현재 나오고 있는 전기오토바이는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는데 4∼5시간 걸리고,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40∼50㎞에 불과해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충남지역의 전기오토바이 보급대수가 717대(2020년 말 기준)에 그치는 것도 이런 문제에 기인한다. 올해 400대 정도가 추가로 보급될 예정이지만, 전체 오토바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중전화박스를 이용한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이 생긴다면, 배달용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전기오토바이로의 전환 가능성이 아주 높을 것으로 충남도는 기대하고 있다.

공유배터리를 이용하는 전기오토바이는 유지비가 내연기관식 오토바이에 비해 훨씬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125㏄급 내연기관식 오토바이를 1만㎞를 운행하는 경우 유류비 등이 연간 77만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하지만,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을 통해 전기오토바이를 운행하는 경우 1만㎞ 운행시 유지비는 40만원가량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A업체의 경우는 1㎞ 주행당 40원의 요금을 부과한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 1000㎞ 주행에 4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B업체의 경우는 정액요금제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는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 새 배터리로 바로 바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전기오토바이의 보급 대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현우 충남도 대기환경팀 주무관은 “가능한 빠른 시점에 시스템을 갖춰 10곳 정도에서는 이달부터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외 오토바이 제조업체들이 공유스테이션용 오토바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국내·외 몇개 업체가 배터리를 공유스테이션에서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아직은 각 업체의 배터리가 호환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터리 호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공유스테이션을 구축하는 공중전화박스의 여러 공간에 서로 다른 업체의 배터리를 비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전기오토바이를 확대 보급하면 대기오염물질과 소음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의 유지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이라면서 “공중전화박스를 이용한 전기오토바이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 지사는 “이번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이 설치되면 ‘긴 완충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라는 전기오토바이의 단점이 보완되면서 전기오토바이의 보급 및 이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072184?lfrom=kakao